폭풍이 휘몰아치듯 정신없는 3월의 학교생활 중 또 하나의 관심사인 반장선거.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 반장선거에 나갔던 경험을 한 번 풀어보려고 합니다.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당시 썼던 공약연설문도 공유해 보겠습니다.
학교마다 다를 수 있지만 보통 3학년때부터 반장선거를 하고 임기가 1년인 경우와 1, 2학기 나눠서 두 번의 선거를 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부반장 선거는 별도로 합니다.
각반에 후보가 4~5명씩 나오는 반도 있고 1~2명 나오는 반도 있더군요. 저의 학창 시절에는 다들 반장 하기 싫어서 미루고 누가 추천하면 마지못해 후보로 나가는 분위기였는데 요즘은 아이들이 아주 적극적인 분위기예요. 사실은 부모들이 뒤에서 적극적으로 미는 것일지도 모르지만요.
본격 경험담
아이가 3학년때까지만 해도 아주 적극적인 아이였어요. 완전 인싸스타일이었던 시절. 같은 학원에 다니던 아이들 중 두 명의 언니와 친하게 지냈는데 이 아이들도 엄청 적극적인 성향이었어요. 매년 반장선거에 나가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열정적인 아이들로 기억됩니다.
그 영향을 받았는지 3학년이 되면서 언니들처럼 반장선거에 나가겠다고 선언을 했습니다. 반장이 뭔지는 알고 그러는 건지?ㅎㅎ 그 말을 듣고 저는 머리가 좀 복잡했어요. 왜냐면 반장이 되면 엄마도 관행적으로 학부모 임원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에요. 저는 나서는 걸 싫어하는 성향이라 걱정이 앞섰죠. 그래도 아이가 하겠다는데 말릴 수는 없잖아요. 되든 안 되는 좋은 경험이 될 테니까요.
그래서 일단 머리를 맞대고 공약을 짜기 시작했습니다. 검색도 해보고 이미 경험이 있는 아이의 두 절친언니들에게도 조언을 구해보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저에게 생수병을 준비해 달라더군요. 소품을 활용하라는 조언을 들었나 봐요. 저학년 반장선거에 그렇게 까지 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로 참 대견한 아이들이다. 나중에 크게 되겠단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서 아래와 같은 공약과 연설문이 탄생했습니다. 종합장 한 장에 손글씨로 직접 적었고, 마지막에 제가 조금 다듬어 주었어요.
반장선거 공약 연설문
안녕하십니까? 저는 회장 선거 후보 ---입니다. 여러분 이거 아시나요? 맞습니다. 생수입니다. 이 생수는 밖에서 안이 훤히 보일 정도로 투명합니다. 제가 회장이 된다면 이 생수처럼 안과 밖에 같은 사람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준비한 공약은 다음 3가지입니다.
- 깨끗한 반을 만들기 위해 먼저 열심히 청소하겠습니다.
- 소외된 친구가 없는 행복한 반을 만들기 위해 먼저 다가가는 회장이 되겠습니다.
-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는 회장이 되도록 늘 먼저 실천하고 행동하겠습니다.
긴 말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1표 부탁~~ 해요. (약간 유머러스하게)
저는 회장후보 ---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저학년이라 너무 매끄럽거나 거창하면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학년에 맞는 공약을 세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허무맹랑하거나 권한 밖의 약속은 하지 않는 게 좋겠죠. 너무 짧거나 길지 않게 조절하고요.
그냥 두루뭉술하게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하는 것보다 정성껏 연설문도 쓰고 소품까지 준비한다면 아이들이 보기에도 정성을 들였구나, 성의가 있구나라고 느끼는 것 같아요. 그때 후보가 두 명이 나왔고 꽤 압도적으로 당선이 되었습니다.
1년이 지나고 이제는 절대 반장 같은 거 안 할 거라고 하네요. 조용히 살고 싶다면서....ㅎㅎ 제가 반장은 봉사하는 사람이라고 세뇌를 시켜서 그런지 1년 동안 나름 책임감이 무거웠나 봅니다. 인싸였던 아이는 사춘기가 되면서 점점 조용한 아이가 되어가고 있네요. 말만 하면 다 하기 싫다고~ 🥲
결론은 억지로 시킬 수 없지만 아이가 원한다면 적극적으로 응원해주어야겠죠. 결론을 떠나서 그 과정을 경험해보는 것은 성장에 분명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논외로~
학부모 임원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저처럼 아이와 성향이 달라서 고민이신 분들도 분명히 있지 싶어요. 학부모 임원은 지원서를 받긴하는데 반장엄마면 알아서 지원해야되는게 암묵적인 룰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거의 형식적인 느낌이었어요. 반마다 이름은 올려야해서 반장 부반장 엄마들 이름 올리는 정도.
임원이 되었다고 해서 특별히 한 일도 없었어요. 교통봉사 하루 나간게 다입니다. 반엄마들 모아서 모임주선해야하고 그런 것도 없었구요. 코로나 시기 지나면서 그런 분위기가 더 사라지기도 했고, 강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물론 학교분위기나 엄마들 성향마다 다를 수 있지만 너무 부담스러워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이상 특별할 것 없는 경험담이었지만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길 바라며 마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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